월요강독AI 시대의 생존법Executive AI L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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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쌓인 AI는 답을 내고, 경험이 쌓인 인간은 질문을 바꾼다

어릴 때는 젊은 천재들을 숭배했다. 정확히는 천재들을 숭배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젊었다.

많은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요절했다. 세계를 바꾼 수학자들은 대부분 30대 이전에 업적을 완성했다. 나는 이것이 노화하면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증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며 만난 어떤 시니어들은 이 가정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날카로운 통찰로 판을 다시 짜는 사람들

4년간 함께 일했던 경영연구원장님이 있다. 기업과 경영의 본질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그분에게서 얻었다.

그분의 통찰은 독특했다. 복잡한 경영 이슈를 한 문장으로 재정의하고, 질문 자체를 다른 차원으로 옮겨놓았다.

전기차 캐즘이 화두였을 때의 일이다. 성장이 정체된 원인이 무엇이고 언제 극복될지 분석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시장 분석, 소비자 수용 곡선, 인프라, 정책. 들여다볼 축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분은 이 현상을 캐즘이라고 보는 관점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캐즘이라고 하면 잠재적 고객들의 수용성 같은 외부적 요인에서 온 성장의 한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 전기차 캐즘의 원인은 우리가 사람들이 사고 싶어할 대중적인 전기차를 제대로 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캐즘은 외부에서 온 한계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현상이라는 것, 질문의 전제 자체를 뒤집는 통찰이었다.

AI에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나는 AI가 이런 수준의 통찰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오래 실험해왔다. 시니어들의 통찰을 AI로 재현할 수 있다면, AI를 경영자들의 의사결정 (궁극적으로는 경영자를 대체하는)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같은 전기차 캐즘 질문을 최신 생성형 AI에 그대로 던졌을때, 돌아온 답은 캐즘 이론의 사전적 정의, 시장 데이터, 여러 외부 환경 분석이었다. 방대하고 체계적이었지만, 캐즘이라는 관점 자체에 대한 챌린지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처음엔 AI의 발달 수준이 아직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모델이 더 커지고 데이터가 더 쌓이면 이런 통찰도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최근 뇌과학자 이인아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한 경험에서 열 개의 시나리오로

이인아 교수는 AI와 인간 뇌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AI는 10가지 일이 일어나면 평균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다가 넘어졌는데 앞으로 안 넘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10가지 시나리오를 만드는 건 못 합니다.”

AI는 수백만 개의 사례에서 평균을 뽑는다. 인간의 해마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하나의 경험을 재료로 여러 개의 미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 그리고 이 시뮬레이션의 재료는 경험이 쌓일수록 풍부해진다.

경영연구원장님이 “우리가 제대로 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수십 년간 자동차 산업을 여러 각도에서 겪어낸 경험이 한 질문 안에서 동시에 시뮬레이션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산업이 어떻게 캐즘을 넘었고, 현재 우리 회사가 어떤 구조로 움직이며, 미래에 무엇을 내놓으려 하고 있는지 — 그 여러 시간대가 한 문장으로 수렴했다.

AI가 아직 못하는 것은 데이터 부족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축적된 경험에서 시나리오를 뻗어내는 능력 — 그것은 어쩌면 세월이 만든, 인간의 궁극적 차별점일지도 모른다.

AI 시대에 시니어의 지혜가 왜 필요한가

AI는 평균을 빠르게 뽑는다. 통찰력 있는 사람은 한 장면에서 열 개의 가능성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이 둘이 같이 있을 때, 질문의 전제를 바꾸는 통찰과 빠른 실험을 통한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AI가 답을 더 빨리 낼수록, 질문을 다시 짜는 사람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갈 것이다.

이러한 통찰의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여러 시간대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겪어낸 사람에게만 축적된다.

지금 시니어들이 수십 년 쌓아온 통찰이 AI가 따라오지 못하는 자산이라면 — 지금 AI가 대신 생각해주고 있는 주니어는, 20년 뒤 무엇을 가진 시니어가 되어 있을까.